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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문화재단 - 김파우그생

[박경리 작가 독서챌린지 김파우그생 5기] 작품 속 비극의 원인을 찾아서 - 운명 vs 욕망

by 수수께끼7 2023. 5. 27.

408~409쪽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 살해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 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 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 었습니다. 그 가엾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거예요.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야기의 막바지. 용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또 아버지 김약국의 죽음을 기다리며 용빈이 강극에게 가족사를 말합니다. 어찌보면 이 책의 큰 줄거리가 되겠어요.

415쪽

윤선은 출항을 고한다. 멀어져가는 얼굴들, 가스등, 고함 소리.
통영 항구에 장막은 천천히 내려진다.
갑판 난간에 달맞이꽃처럼 하얀 용혜의 얼굴이 있고, 물기 찬 공기 속에 용빈의 소리 없는 통곡이 있었다.
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그리고 통영을 떠나는 용빈과 용혜의 모습으로 김약국의 딸들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번주 주제는 "작품 속 비극은 운명(주어진 삶의 조건)과 욕망 중 어떤 것의 영향을 더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지요. 저는 김약국의 딸들이 운명을 벗어나려는 욕망으로 인해 비극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해요. 그 시대의 여성상으로 살지 않아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요.

이 욕망들은 용빈이 가족사를 말하는 데 부터 드러납니다.

용숙 - 과부가 되어 열녀로 살지 못함
용빈 - 학문을 좋아하고 잘하여 교사로 일하지만 결혼을 안했기에 노처녀로 불림
용란 - 머슴과의 사랑. 원하지 않는 결혼으로 끝내 발광함
용옥 - 본인의 언니를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하여 자녀를 두지만 끝내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배 속에서 죽음
용혜 - 달맞이꽃(기다림)의 얼굴을 한 아이, 앞으로 용빈이가 가르칠 아이.



한실댁은 비록 아들을 갖지 못했어도, 딸들을 하늘만같이 생각합니다.

86쪽

한실댁은 그 많은 딸들을 하늘만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는 딸을 기를 때 큰딸 용숙은 샘이 많고 만사가 칠칠하여 대갓집 맏며느리가 될 거라고 했다. 둘째 딸 용빈은 영민하고 훤칠하여 뉘집 아들 자식과 바꿀까 보냐 싶었다. 셋째 딸 용란은 옷고름 한 짝 달아 입지 못 하는 말괄량이지만 달나라 항아같이 어여쁘니 으레 남들이 다 시중 들 것이요. 남편 사랑을 독차지하리라 생각하였다. 넷째 딸 용옥은 딸 중 에서 제일 인물이 떨어지지만 손끝이 야물고, 말이 적고 심정이 고와서 없는 살림이라도 알뜰히 꾸며나갈 것이니 걱정 없다고 했다. 막내둥이 용혜는 어리광꾼이요, 엄마 옆이 아니면 잠을 못 잔다. 그러나 연한 배 같이 상냥하고 귀염성스러워 어느 집 막내며느리가 되어 호강을 할 거 라는 것이다.



그녀들이 욕망을 절제한 채 만약 그 시대의 여성상으로 살았다면, 겉으로나마 어머니의 희망이 비슷하게나마 이루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맨 처음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을 때에는 아무리 여성들이 주인공이라지만 너무 한 집안의 몰락를 그린 것아닌지 불쾌하기도 하고, 이 내용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건인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작품 해설을 보고, 재독을 하며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희망을 상징하는 용혜의 얼굴을요.

이번 기회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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